지난 16일 오전, 대전 서구의 목원대학교 체육관. 가로 2m, 세로 2m의 변형 특설 무대 위에 조그마한 크기의 '런닝로봇'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로봇이 천천히 움직였다. 로봇을 조종하는 선수의 표정도 점점 진지해졌다. 이곳 저곳에 설치된 장애물을 로봇이 날쌘 몸놀림으로 지나치자 관람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대한로봇교육문화협회와 로봇교육신문, 목원대 지능로봇공학과가 개최하고 소년조선일보가 후원하는 '로봇스포츠 전국대전 2013'〈키워드 참조〉 현장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런닝로봇'
오전 10시. 본선 시작을 앞둔 대회장은 마지막으로 로봇을 점검하려는 어린이들로 붐볐다. 나사를 조이고 로봇을 조립하는 손놀림이 다들 익숙했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왔다는 전태구(대전 복수초 3년) 군도 그중 한 명. 전 군은 "런닝로봇 종목은 최단 기록을 측정해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그런 만큼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미리 점검해 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 ▲ 비주얼 사커 경기를 준비 중인 선수들.
대회장 한편에선 기록 측정을 마친 어린이들이 남은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런닝로봇이 장애물에 걸려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는 아쉬움의 탄성을,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다른 선수가 좋은 기록이 나오면 샘나지 않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잘하는 선수를 보면 어떻게 조립하고 조종했기에 잘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돼요." (전소영 양·대전 매봉초 4년) ◇실제 경기처럼 흥미진진한 '비주얼 사커'
같은 시각, 체육관 앞 학생회관 지하에서는 비주얼 사커 경기가 한창이었다. 이른바 로봇축구로 불리는 비주얼 사커는 상대 로봇을 제치고 얼마나 많은 골을 넣는가가 승부를 판가름낸다. 실제 축구장을 축소한 경기장 안에는 팀당 3대의 로봇이 경기를 준비 중이었다. 경기를 앞둔 오창현(경기 광주 남한산초 6년) 군과 양지훈(대전 흥도초 6년) 군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양 군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조유빈(대전 흥도초 6년) 군은 "로봇 축구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예측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경험 면에서 지훈이가 앞서기 때문에 무난히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 ▲ 창작퍼포먼스에서 풍물놀이 공연을 선보인 '지족초 짱' 팀.
- ▲ 런닝로봇 경기가 펼쳐진 대회 현장.
"삑!"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양 팀 로봇들은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전략에 맞춰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았다. 선취점은 양지훈 군의 로봇에서 나왔다. 공을 몰고 골대로 돌진하는 공격수 로봇에 오 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오창현 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들어 전원 공격으로 전략을 수정한 오 군은 내리 두 골을 넣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치열한 접전을 주고받던 경기는 초반에 네 골을 몰아넣은 양지훈 군의 4대2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에서 졌지만 환한 웃음을 감추지 않던 오창현 군은 "전략 싸움에서 밀려서 졌다. 이 경기를 발판으로 더욱 완벽한 로봇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 ▲ 경기에 앞서 로봇을 점검하고 있는 어린이.
◇"내년에도 꼭 참가할 거예요!"
오후 경기가 시작될 무렵 어디선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가보니 가지각색의 로봇이 노래에 맞춰 '창작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팀은 대전 지족초 어린이들로 구성된 '지족초짱'. 각 로봇엔 작게 축소된 '북' '징' '꽹과리'들이 달려 있었다. 스피커에서 전통 농악이 나오자 로봇들이 일제히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족초짱 팀원들은 혹시나 로봇이 오작동하진 않을까 공연 내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장단에 맞춰 로봇이 완벽히 공연을 해내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족초짱팀의 리더인 이상현(6년) 군은 "한 달 전부터 준비했다. 로봇이 정해진 순서대로 퍼포먼스를 수행한 것 같아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대회는 오후 5시에 마무리됐다. 모두가 돌아간 경기장에 아쉬운 듯 떠나지 않고 있는 송민결(군산부설초 1년) 군이 눈에 띄었다.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평소에 로봇에 관심이 많았는데, 저와 비슷한 형, 누나들을 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비록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많은 걸 배웠어요. 내년에 꼭 다시 도전할 거예요!"
- ▲ 이규원(강원 서원주초 3년) 군이 자신이 만든 장구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이신영 기자
☞ 로봇스포츠 전국대전 2013
전국 각지의 초중고 로봇 마니아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엔 6개 종목에서 총 1200여 명(700팀)의 선수가 참여했다. 종목은 △참가자의 조종기술을 측정하는 ‘런닝로봇’ △로봇을 이용한 공연을 선보이는 ‘창작퍼포먼스’ △로봇 축구 경기 ‘비주얼 사커’ △주어진 과제를 제한시간 내에 해결하는 ‘라인트레이싱’ △로봇 설계, 제작 능력을 겨루는 ‘지능창작로봇’ △2대2 로봇하키 ‘휴머노이트하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회 결과는 오는 25일 홈페이지(www.korobota.org)에 발표된다.<원문 : 소년조선일보 2013년 11월 19일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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